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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1편 <서: You Are (Not) Alone>과 2편 <파: You Can (Not) Advance>의 OST 앨범에 관한 글입니다. 두 편으로 나누어 쓸 생각이고 이 포스팅은 그 중 1편 <서>의 OST에 관한 내용을 다룹니다.
- 원래는 <파>의 개봉 전에 OST를 미리 감상해 보는 의미에서 쓰려고 했던 포스팅인데, 사실상 읽는 사람 입장에선 그런 의미는 없겠죠. 이미 다들 어둠의 경로로 봤을 테니... 물론 전 아직 안 봤습니다만, 지금까지 스포일러 열심히 피해다니시는 분들에게는 유용한 포스팅이... 되려나요? - 예전에 <The End of Evangelion> OST 글을 써둔 게 있네요. 일단 링크나... ![]() Evangelion : 1.0 (에반게리온 : 서 (序)) - O.S.T. - ![]() 사기스 시로 (Sagisu Shiro) 작곡/태원엔터테인먼트 [Track List] 1. L'Attaque des Anges(EM01) 2. I'll Go On Lovin' Someone Else(EM02) 3. Premiere Manuvre(EM03) 4. Staggering Yet(EM11) 5. Les Btes(EM05_B) 6. Crepuscule-Tokyo III(EM06) 7. Cruel Dilemme(EM09) 8. The Longest Day(EM10_A) 9. Contre Les Agressions(EM04_A) 10. Showdown(EM05_A) 11. Mecanisme de Defense(EM13) 12. Cruel Dilemme II(EM16) 13. Rei-Opus IV(EMA13_B) 14. The Longest Day II(EM10_B) 15. Lucifer's Cry(EM17) 16. Cruel Dilemme III(Guit_A) 17. Stratgie "Yashima"(EM18_Rhythm03) 18. The Longest Day III(EM10_C) 19. Danse des Lucioles(EM19) 20. Bataille Dcisive(EM20) 21. Angel of Doom(EM21) 22. Rei-Opus V(EMA01) 23. Trailer Eva Special (EMF02) 24. [Bonus Track] EM17_Demo 17 25. [Bonus Track] EM21_Demo 21 26. [Bonus Track] Cruel Dilemme IV(Guit_C) 0. 한국에서 사기스 시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열광적인 인기를 얻으며 갑작스레 떠올랐고, <그와 그녀의 사정>으로 자신의 기량이 결코 1회용이 아님을 입증했지만 그 이후로는 그냥 관심 밖에 묻혀있던 인물이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무사>나 <중천> 같은 한국영화에도 참여한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지만 저 두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외하고 그의 작업에 조금이나마 귀기울여본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일본 본국에선 어땠을런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국에선 그랬다. 사기스 시로의 부침은 <에반게리온> 이후 안노 히데아키의 그것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는 듯하다. 그래서 신극장판을 들고 나타난 안노 히데아키의 귀환은 곧 "사기스 시로 스트라이크"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품게 만든다. 하지만 이 기대감의 그림자엔 한 가지 불안이 숨겨져 있다. 사실 에반게리온의 "Rebuild"라는 얘길 들었을 때 나는 막연하게 이 앨범이 이전 스코어들의 리레코딩으로 채워질 거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많은 곡들에 생각보다 많은 변형이 가해져 있고, "Angel of Doom" 같은 신곡도 들어간다는 얘길 들었다. 자, 지금의 안노 히데아키가 10년의 그가 아니듯, 사기스 시로 역시 그러할텐데, 지금의 사기스 시로가 만든 에반게리온 음악은 과연 10년 전 에반게리온 음악과 얼마나 절묘하게 싱크로할 수 있을 것인가? 싱크로, 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1. 신극장판의 OST는 에반게리온 상품답게 지극히 매니악한 근성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의 시퀀스 리듬에 맞게 편집된 BGM들을 담은 앨범과 음악감상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완결된 스코어 형태로 편곡한 앨범을 동시에 내놓은 것부터가 경악할 일이다. 일부에서 두 가지 앨범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았는데, 영화음악은 영상에 잘 어울려야 하지만 동시에 앨범으로 나올 때는 음악 자체로서의 완성도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예컨대 신극장판은 기존 TV 시리즈에 비해 웃음기를 의도적으로 상당부분 죽이고 있는데, 그러자면 "Misato", "InDoor" 같은 가벼운 곡들은 줄거리 전개상 들어가야 하지만 작품 전반의 색채를 고려하자면 빠져야 할 트랙이다. 2디스크 체제는 매니아들을 배려함과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아이디어이다. 그러니까 본편 OST 디스크에는 이런 트랙들을 영상에 삽입된 상태 그대로 집어넣고, 반대로 보너스 디스크에서는 이를 빼버리는 것이다. 대신 OST 가운데 가장 구슬픈 곡인 "Evanescence(Thanatos 재편곡 버전)"에 피아노와 스트링 인트로를 집어넣어 분량을 늘린 것 역시 이런 의도에 그대로 부합한다. 한편 이전 OST 앨범들의 전통을 따라 트랙마다 사기스 시로가 작업 당시 붙인 코드를 그대로 표기해 놓았는데, 기존 구 에반게리온의 스코어가 E(Evangelion?)를 필두로 A부터 F, M(Movie?) 같은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으로 코드를 붙였다면(<S2Works> 박스세트 앨범 참조) 이번 신극장판에서는 EM(서), 2EM(파) 등의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신극장판과 구 에반게리온의 구분을 위해 새로 작곡한 스코어에는 영어 제목이, 기존의 스코어를 재편한 트랙엔 영어 표현을 프랑스어로 번안한 제목이 달려있다(단 예외적인 경우도 없진 않다. 예를 들어 <파> OST에 수록된 "Sin From Genesis"는 "The Beast II"의 재편곡 버전이다.). 익숙함만큼의 낯설음이 동시에 떠오른다. 2. 먼저 <서> OST를 살펴보면, 이 앨범을 듣는 1차적 재미는 무엇보다 극장판의 규모에 맞게 다시 편곡되고 녹음된 기존 스코어들의 풍성한 질감이다. 먼저 "풍성한"이란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신극장판의 OST 앨범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전의 TV 시리즈 OST 앨범들을 다시 플레이하면서 비교해 볼 것을 권한다. 기존의 악보를 큰 변형 없이 따르면서도 풀 오케스트레이션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악기 사용은 사운드의 기본적인 규모 자체를 웅장하게 부풀리면서 TV 시리즈 시절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다. 그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트랙을 꼽으라면 나는 <서> OST 앨범에 수록된 "Battaille Decisive"를 들겠다. 사도 라미엘과의 전투 장면에서 쓰인 이 곡은 구 TV 시리즈의 첫 번째 OST 앨범에 수록된 "Decisive Battle"의 재편곡 버전이다. (많은 재편곡 트랙들이 러닝타임이나 핵심 멜로디에서 약간씩은 변형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 이 곡은 변형 없는 원곡의 확장판에 가깝기 때문에 구 시리즈의 팬들도 좋아할 트랙이다.) "Battaille Decisive"를 듣고 이 곡이 영락없는 관현악의 편성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 이들은 "Decisive Battle"을 다시 듣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원곡에는 팀파니 비트, 브라스, 스트링 등 전자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core]만이 단출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2시간짜리 극장판과 26부작 TV시리즈를 위해 들이는 정성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단박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그 차이는 악기의 규모로 끝나지 않는다. 앞서 나는 "풍성한"이란 단어를 주목하라고 말했는데, 이번에는 그 뒤의 "질감"이란 단어를 봐야 한다. 구 에반게리온의 배경과 스코어 음악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여름"이었다. 시리즈가 진행되는 가운데 화면에서는 잊을 법하면 매미 소리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일본엔 오로지 여름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고, 극도로 건조하거나 에코를 잔뜩 먹인 듯한 사운드가 여기에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신극장판으로 이 곡들을 다시 듣고 있노라면 사운드 엔지니어링의 기술 수준이 10년 전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신극장판의 OST는 어떤 이펙트를 의도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보다 많은 소리들을 선명하게 들려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기존의 노골적인 효과는 포기한 것 같다. 이는 신극장판 자체가 여름에 대한 강박이 덜해졌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호오는 듣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이다. 다만 앨범 전반에서 이전에 비해 상대적인 선명함과 동시에 어떤 입자가 잘게 쪼개져 흩뿌려진 듯한 "뿌연" 질감이 간접적으로 감지된다는 걸 언급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한데, 이 청각적 이미지는 아마 <You Are (Not) Alone>에 등장하는 아래의 이미지로 표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서>편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뽑을 수도 있을, 스트링 버전의 "Cruel Dilleme II"가 스산하게 깔리는 바로 저 장면. "......당신은 혼자인가/혼자가 아닌가?" ![]() ![]() 한편 새로이 작곡된 트랙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인상을 주는데, 앞서 거론한 "Angel of Doom"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실망감은 곡 자체의 완성도가 낮아서라기보다는 이전 스코어와의 강한 이질감에서 기인한다. 사기스 시로는 오케스트레이션과 합창단의 코러스를 끌어들여 웅장함을 극대화한 곡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퓨전재즈를 기반으로 밴드와 관현악 체제를 맘대로 넘나들었던 기존 OST에 비하면 이는 사기스 시로가 재즈보다는 클래식의 감성에 무게를 더 싣고 있다. TV 시리즈에 삽입됐던 "할렐루야" 합창곡 같은 클래식을 모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게다가 스코어 작법 역시 차이를 보이는데, 기존 스코어들이 멜로디의 강렬한 기승전결을 통해 훅(hook)을 시도한다면, 신곡들은 훅 생성의 핵심이 짧은 동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분위기를 점차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Rei"나 "Cruel Dilleme"는 중심 선율에 가사만 붙이면 곧바로 보컬 곡으로 둔갑시킬 수 있을 정도로 고전적인 기승전결 공식에 충실한 완결된 멜로디를 갖고 있다. (실제로 "Thanatos"는 재지 보컬 곡이 발표되기도 했다.) 한편 "Angel of Doom"의 멜로디 구조는 그에 비하면 최근 말하는 "후크송" 체제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Battaile Decisive"를 비롯한 많은 기존 스코어들이 이런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신곡들은 이전처럼 강렬한 훅을 형성하진 못한다. 덧붙여 이는 베이비페이스나 R. 켈리로 대변되던 선율 중심의 1990년대 R&B가 2000년대 들어와 넵튠스, 팀발랜드 등에 의해 리듬, 비트 등을 중요시하는 경향으로 변화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으로는 사기스 시로가 스스로의 창작보다는 기존의 좋은 멜로디들을 수완좋게 끌어오는데 재주가 더 많다는 일부의 비판도 떠오른다.) 글 서두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해 <서> OST만 놓고 보면 일단 이건 "싱크로"가 잘 안 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Battaille Decisive"가 끝나고 곧바로 "Angel of Doom"으로 돌입하는 부분의 어색함을 상기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TV 시리즈의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파괴적인 아우라가 10년 뒤에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전에 없이 비장한 톤과 여지없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극장판 스케일에 걸맞는 웅장한 편곡과 10년 세월을 실감하게 하는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플러스로 작용했지만 기존 퓨전재즈 체제에서의 이탈과 신곡과 기존 스코어와의 이질감은 <파> OST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남은 셈이다. (PART II에서 계속.)
by lyh1999 200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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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다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래도록 고독하게 남아서 깨어나,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quoted from 라이너 M. 릴케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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